어린이보호구역 속도위반과 민식이법 적용 여부
한동안 언론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민식이법이 시행된지도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 2019년 가을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부터 형성된 여론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에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위반을 포함한 각종 안전운전 주의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촉발된 사고에 대하여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결국 그 해 12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4일 후인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법안이 공포되었으며, 지난 해 3월부로 시행되었으니 곧 1주년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사실 학교 인근과 같이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지점에 지정되는 어린이보호구역은 1995년 이래로 도입되었으니,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색상을 달리 하여 운전자들의 주의의무를 환기시키는 한편,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제한속도를 30Km/H로 규정하여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자면, 이러한 법률상의 제한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항시 이러한 규정이 지켜졌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민식이법 제정 이전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을 면할 수 없었으며, 도로교통법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제한속도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과실이 높게 책정됨은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합의하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이른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조항이 생김에 따라, 동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 대신 더욱 무거운 처벌 규정이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운전자가 간과하기 쉬운 내용에 대하여, 법률상의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키고, 운전자로서 당연히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구간에서 여러가지 주의 의무의 위반으로 치명적인 사고를 발생시킨 경우의 죄책을 더 엄중히 묻겠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법이 입법 예고되자, 많은 반대 여론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책임이 무겁다는 것입니다.
우선 민식이법으로 불리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1호에서는 사망사고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제2호에서는 상해에 이른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에서 3천만원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상해사고에서 벌금형의 하한선을 제외하고는 음주사고와 동일한 처벌 기준입니다.
따라서, 특가법이 규정하는 교통 관련 과실범죄 중에서는 뺑소니보다는 가볍지만, 음주운전과 유사한 정도로 처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더라도, 통상적인 교통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이 있고(과실이 인정될 수 없는 특수한 사례, 예컨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친 경우 등이라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 과실과 발생한 피해의 경중에 따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하며, 예외적으로 음주나 사고 후 미조치 등 엄중한 사안에 대해서만 가중처벌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매우 엄중하게 다뤄지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종종 어떤 분들께서는, 단지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조치인 30Km/H의 속도위반만 없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고, 다만 일반적인 경우처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되리라고 생각하시기도 하지만, 문언의 내용을 다시금 상기하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특가법 제5조의13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속도위반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가중처벌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최근에 보호구역 내에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경우, 운행 속도가 불과 20Km/H에도 미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이 적용되여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특히 본 사안은 형사조정이 성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청구된 사건인데, 피해 아동이 사망하였다는 점에서 결과가 매우 중대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속도위반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사실 이는 속도위반과는 달리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전무한 추상적인 규정으로서 속된 말로 걸면 걸리는 내용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제한속도를 확실히 지키고, 나름대로 일상적인 운전을 하였더라도, 특수한 위치에서 사고가 났고 어린이가 다치거나 사망하였다면 특가법의 적용을 피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절대 제한속도를 어기지 않았다고 해서, 특별한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엄수하였는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고, 요즈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는 수사기관에서 엄중한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반드시 사안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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