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처벌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므로
지난 4월, 자신의 연인이 살고 있는 주택의 외벽 배관을 타고 주거침입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폭행과 협박을 가했던 한 20대 남성이 수사과정에서 구속되었습니다. 해당 남성에게는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재물손괴 및 주거침입 등의 혐의가 적용되었고 영장실질심사 결과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구속을 면치 못했습니다. 더불어 재범 및 보복의 위험성이 있었던 것도 구속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달에는 다른 사람과 연락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차량과 아파트 등에 연인을 감금하고 이 과정에서 상해를 입히기도 했던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사실 흉악한 성격을 지닌 사람만이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범죄만 하더라도 대부분이 면식범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서로를 아껴야 할 연인 관계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이른바 데이트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매 해 관련 폭력사건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범률이나 보복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제도적 차원에서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유형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믿고 있거나 심리적으로 제압되어 있는 상황이 많아 피해를 입고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반대로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죄의식 없이 이러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사안의 유형에 따라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례를 살펴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데이트폭력 범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을 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사실 따지고 보면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면 형법 및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처벌이 뒤따르게 됩니다. 단,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이거나 경범죄에 지나지 않는 경우라면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처벌할 수 없으므로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처벌이 뒤따르는 데이트폭력과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떻게 다를까요? 성희롱과 성폭행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적 용법과 사회적 용법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폭력"이라고 할 때에는 직접적인 구타처럼 물리적인 유형을 뜻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심리적인 통제력 행사와 같은 사안도 포함되기도 합니다. 상대방을 감시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행위,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휴대전화를 검사하는 등등의 행동은 한편으로는 폭력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사회적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부당한 취급으로 받아들여지더라도, 법적으로 물리적 폭력사건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을 구분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법률에 명문으로 처벌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유형과 같이 상대방을 단순히 통제 하에 두고자 하면서 연인으로서 전혀 신뢰와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의 행동은 한편으로는 데이트폭력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폭력이나 정서적인 폭력 역시도 법률상 근거가 없는 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단, 이 때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여 볼 수는 있겠으나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데이트폭력이 곧 무거운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나 가해자의 입장에서나 이러한 유형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에게 폭행을 가하는 행위는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였다면 특수폭행에 해당하여 처벌 수위가 더욱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반드시 상처가 나거나 신체적 접촉이 있어야만 폭행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 행사가 모두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화분을 집어던지거나 머리채를 잡는 등의 행동입니다. 또한 더 나아가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입혔다면 상해죄에 해당하는데, 폭행죄와는 달리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하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습니다.
또한 피해자를 협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금품을 갈취한다면 공갈죄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면 강요죄가 성립합니다. 연인 간 취약해진 심리적 상태 또는 통제력을 기반으로 한 상대적 우위 상태를 이용하여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추세인데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빌린 돈을 갚지 않거나 금품을 마음대로 갈취하는 것이 허용될 수는 없으므로 무거운 처벌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반드시 직시하여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흔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성적 폭력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부부 간에도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판례를 통해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통해 법률혼 관계에 있는 부부 간에도 범죄가 될 수 있는데 연인 간이라면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성적 관계를 갖는다면 형법에 의해 매우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점이 있는데, 연인 또는 부부와 같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특수한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구성요건을 판단함에 있어 통상적인 사안과는 다른 잣대로 판단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성요건해당성이 명확히 규명된다면, 연인 관계에 있었다는 이유로 성적 데이트폭력을 절대 정당화할 수 없고 감경요소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연인 간의 폭력 등의 범죄 사건으로 입건되었다면 결코 가볍게 취급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피해자와의 관계를 근거로 쉽게 선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가중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이런 유형의 사건은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해결될 수 없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으므로 한시라도 빨리 적극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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